어릴 때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며 ‘이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아이디어는 어딘가에 기록해 둘 뿐 남에게는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나의 아이디어를 누군가 차용해서 누군가가 막대한 부를 벌어들이면 상대적으로 초라해질 내 모습이 싫었기 때문에.

그렇게 ‘좋은’ 또는 ‘그때는 좋았던’ 아이디어들은 사라지거나 빛이 바래버렸다.

어느정도 나이가 들고 깨달은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으며
아이디어가 실제 손에 잡히고 경험할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로 바뀌게 되려면 직선이 아닌 미로에 가까운 과정을 견디고 버텨내야 비로소 세상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내 아이디어와 거의 비슷하거나 더 나은 생각을 한 사람은 이미 존재하며, 누군가 내 아이디어를 듣는다 해도 그가 그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바꿀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거든. (그러니 나도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