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제
안희제 · 언제나 딴소리 담당.
2021/10/04
지금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이 글을 읽고 2014년에 1년 동안 재수하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저처럼 서울의 일반고 출신들도 있었고, 다른 지역의 일반고뿐 아니라, 자사고, 특목고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말로만 듣던 대원외고, 용인외고, 상산고, 민사고까지.

재수를 하면서 점점 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똑똑하고, 성실하고, 평생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들마저 왜 수능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는 걸까. 적어도 수능이 성실함과 공부 재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면 이 친구들은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수능을 보고 나서, 정시를 준비하면서도 너무 많은 게 불합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3점짜리 대신 2점짜리를 틀렸다면, 혹은 한 문제라도 더 틀렸다면 갈 수 있는 대학이 확 달라지고, 들어갈 수 있는 학과도 희망 학과와 너무 멀어진다는 사실이, 제가 이 시험이 정말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수험생일 때 힘들었던 건 공부 그 자체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끝도 없이 모든 걸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그렇지 않았을 때 ‘실패’의 책임은 모두 너의 것이라고 말하는 사회가 너무도 잔인했습니다. 재수학원에서 모의고사 날마다 채점 후 교실에 맴돌던 무거운 공기가 떠오릅니다. 갈 곳을 잃고 허공을 응시하던 친구의 눈이 떠오릅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이런 방식이 누구에게 좋은 걸까.

몇 년 전, <생활의 달인>을 보다가 쓴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을 나누며, 모든 걸 극복하길 요구하고 그 모든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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