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12/23
요약하는 사람

영상 콘텐츠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에는 책을 주로 봤었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잡고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일본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쿄 여행을 종종 갔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이 만화책을 보고 있어서 신기하다고 느꼈었죠.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후에도 일본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마지막 일본 여행이 8년 전이니 지금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여행 없이 한국에서 지내며 책을 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전철 한량에 책 보는 이는 많아서 두어 명, 버스를 타면 많아야 한 명 정도. 카페에 가면 카공족들의 헌신(?)으로 절반 정도는 노트북을 켜고 책을 보고 있더라고요. 뭐 이것도 대학가 이야깁니다.

2호선 전철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어요. 왼쪽에 앉은 청년이 전자북을 꺼내 펼칩니다. 종이책을 들고 있지 않더라도 다들 무언가를 읽고 있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책을 꼭 종이로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니까요. 오른쪽에 앉은 청년은 열심히 영상을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손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무슨 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속도로 넘겨버리며 보더라고요. 왼손 검지로 계속 터치하며 영상을 보는 모습을 보니 재밌게 본 책이 생각나더군요. 가볍게 읽은 것이라 잊어버리고 있다가 달빛소년 님 글을 보고 생각났어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이나다 도요시 / 황미숙 / 현대지성 / 2022


영화를 감상이 아닌 정보 수집의 수단 중 하나로 보게 된 사람들의 빨리 감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영화를 즐기는 행위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시간짜리 영화가 길어서 30분으로 요약한 유투버의 영화 소개 영상을 보고, 그것도 길어서 하이라이트로 이루어진 숏폼으로 영화에 대해 알아가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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