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리
과거 어느 때로 1년만 돌아갈 수 있다면.
약수국민학교 5학년 때로 가고싶다.
백양사 입구에 주차장 같은 건 없이, 500m 남짓 길 양옆에 낮에도 침침할 정도로 울창하게 비자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가 서있을 때로.
초여름 주말이면 약수리에서 백양사까지 십릿길을 온가족이 걸어서 소풍을 갔다. 벚나무 터널을 지나 나지막한 다리 아래 물가에서 좀 놀고 여기저기 밭둑에 핀 백양나리꽃에 앉는 나비들을 따라다니는 아주 느리고 행복한 소풍길이었다.
백양꽃 주홍이 지천이지만 천지에 초록색이 많아서 멀리서는 안 보인다는 아버지의 적녹색맹에 대해 듣기도 했다.
연두 레이스처럼 섬세하게 살랑이는 애기단풍은 백양사에 찾아오는 햇빛과 우리가 함께 사랑하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