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흙이니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
꽃잎도 풀잎도
노란색 푸른색 다 놓아두고 
검은 흙으로 돌아가리

내 얼굴 비춰보던 
구슬같은 이슬은 마르고
꿈처럼 피어나던 구름은 
연기처럼 흩어지리

중력의 무게에 눌려
나무 줄기 떨어지고
바람도 멈추는 그때
햇빛조차 어둡고
소리소문 없이 떠나야할 그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
축축한 흙속에 고요히 누워
바다같은 하늘을 이불삼아
단잠에 들리


너는 흙이니
이것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그렇다. 나의 갈 곳은 분명하다. 그래서 가끔 욕심과 허영과 미련같은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생각해 본다. 머지 않아 흙으로 돌아갈 몸이고 삶인데 너무 어리석게 살지 말자라고. 성서는 말한다. 사람의 인생이 길면 70이요 수고와 슬픔뿐이라고... 과거의 무게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