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장감 고발하는 실화소설 1화 - 출산한 담임 대신...
2023/08/18
15년 쯤 전 서울의 공립초등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사연을 소설로 각색했습니다.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대사의 95%는 인터뷰이의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여름방학 개학을 며칠 앞둔 한낮. 고지식 씨의 휴대폰 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모르는 번호여서 아까 받지 않았던 번호였다.
"여보세요?"
- 6학년 김반장 어머니시죠? 학교 교감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학급 회장의 엄마인 그녀는 방학 중에 무슨 일인가 싶어 깜짝 놀랐다.
- 다름이 아니라, 반장이 반 담임선생님 출산 휴가 때문에 임시담임이 계셨잖아요.
"네. 담임선생님은 2학기부터 복귀하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마침 지식 씨는 바로 전날, 원 담임과 통화를 했던 참이었다. 반 복귀를 준비하며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냐는 질문 겸 안부 차원에서 회장 엄마한테 전화를 한 것이었고, 출산을 축하하며 몸조리 잘하셨냐는 덕담도 나누었었다.
- 원 담임선생님이 아무래도 출산한지 얼마 안 되어서 담임 업무가 힘드실 것 같아 배려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게 아이들에게도 좋을 거고요. 그래서 다른 정교사가 담임을 맡으시도록 하려고요.
"네... 그렇군요."
- 그게 어머님들도 원하시는 바이실 거고요.
딱히? 지식 씨는 교감이 늘어놓는 말에 동감하진 않았지만, 일단은 계속 들으며 영혼이 반쯤 빠져나간 "네네..."를 대꾸해주었다.
- 학교 차원에서 배려해 드리려는 거라서요. 담임선생님께는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네... 네?"
- 나중에 확실해지면 교무실에서 말씀드릴 겁니다.
"네네..."에 황급히 영혼을 담았지만 이미 통화는 상대방에 의해 마무리 수순을 달리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규정하기 어려운 쎄한 느낌이다.
지식 씨는 30년째 연락하고 인사드리는 중학교 때 은사님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평소엔 문자로 조심스럽게 안부부터 나누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전문가에게 상의할 용건이 있으니 상황이 달랐다.
- 어머. 지식아. 웬일로 전화를 했니?
"선생님. 급하게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학교에서 교감선생님이 저한테 전화를 하셨는데요. 이래저래해서 블라블라... 임신 출산을 했으니 담임을 바꾸자고 학부모에게 전화하고, 출산휴가 후 복직하는 원래 담임선생님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하는게, 일반적인 일인 건가요?"
- 원래 담임 본인의 의사랑 무관하게 담임을 바꾼다고? 말도 안 된다!
"그렇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선생님께 바로 전화드렸어요.
- 전화 잘했다. 얘.
스승님과 한참 안부 수다를 떨고 전화를 끊은 고지식 씨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올리고 한참을 생각했다.
교감은 왜 담임을 바꾼다고 갑자기 전화를 한 걸까? 그것도 당사자에겐 알리지 말라고 하면서.
순간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1학기 총회에서 마주했던 유난해 여사.
학부모운영위원회 회장인 그녀의 아들은 반장이와 같은 반이었다.
잠깐 째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깃들었던 불쾌한 기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아들이 학급회장을 했어야 하는데 감히 너네가 한다고?'하는 듯한 시선. 물론 따져 물어본 건 아니니 그야말로 뇌피셜일 수밖에 없었지만, 반장이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국제중을 갈 거라고 하면서 반 아이들에게 매너 없이 행동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그녀의 아들.
'하지만 내가 뭘 어쩌겠어. 따져볼 수도 없고.'
솔직히 학교 측에서 담임을 바꾼다면 그 또한 학부모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유난해 여사에게 의심이 간다고 해도 그 또한 추측일 뿐이었다. 그저 반장엄마 고지식으로서 궁금한 건 왜 교감이 그런 전화를 나한테 했느냐였다.
'에라 모르겠다. 학교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니 교감이다.
- 반장이 어머니. 지금 학교로 바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인가요?"
- 교장선생님께서 반장이 어머니와 부회장 어머니를 급히 찾으십니다. 의논할 일이 있으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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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