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오리 스티커, 신기하네 시 두 편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3/01


엄마의 오리 스티커

오랜만에 엄마집에 가니
욕실에 미끄럼방지 오리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골다공증에 걸린 엄마를 위해
엄마의 남자친구가 붙어 주었대

엄마는 예순살이 넘어서야
남자에게서 따뜻한 사랑을 처음 받았다.

엄마는
예쁜 늙은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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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 


친구와 소래포구에 가서 
광어회 한접시에 소주를 먹었다.

옆에서 아빠와 엄마와 딸이 꽃게를 먹고 있었다.
테이블이 가까워 옆자리 소리가 잘 들렸다.

셋은 술잔을 주고 받고
꽃게 껍질을 서로 까주며
다정하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친구가 작게 말했다.
“가족들이 사이좋게 앉아서 이야기를 하네. 신기하다.”
“그러게, 참 신기하네.” 

우리는 그런 풍경들이 아직까지도 신기하다. 
언제까지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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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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