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의 짧은 서평-박상률 지음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박선욱의 짧은 서평-박상률 지음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너의 집
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나타날 수가 없는 것이다.
너는 다시는 어머니를, 친구를, 파란 하늘을, 이 도시의 거리를, 가로등 불 밝힌 교정을 만날 수 없다. 너는 너의 키만한 길이, 너의 몸통만한 너비의 널빤지로 만들어진 집 속에 갇혀 있다. 그래서 너는 다시 나타날 수가 없다.
너의 집, 너의 방에 너는 있다. 그리고 다시, 새로 들어간 너의 집에 너는 있다. 너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너의 방은 너 말고도 너의 어머니와, 너의 동생과, 너의 친구들이 함께할 수 있다. 너의 흔적 속에 있는 너를 만나고자 하는 이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땅을 파서 새로 지은 너의 집엔 예전 모습의 너는 없고 지금 모습의 너밖에 없다. 그러기에 그 집엔 너의 옛 흔적들도 없다. 네가 쓰던 물건, 너만의 냄새 따위가 없는 것이다. 너를 알던 다른 사람이 너를 너라고 느낄 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이름 미상’으로 누워 있던 네 육신만 통째로 들어가 있을 뿐이다. 이 집에선 그 육신만이 너다. 그런데 누가 이제는 움직일 수 없는 그 육신을 느껴 줄까?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의 나이로 어머니를, 친구를, 파란 하늘을, 이 도시의 거리를 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러한 것 모두로부터 튕겨져 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나이만큼의 크기와 부피로 그러한 모든 것 속에 남아 있다. 누가 너를 버릴 수 있겠는가? 너의 새로운 집은 아무도 너를 느낄 수 어벗게 단단히 뚜껑을 덮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