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 와중에 책을 써? 만들어?] 인디자인과 유튜브
2024/04/19
손안에 적당히 들어오는 판형을 정하고 나니 두 가지 일이 남았다. 하나는 책표지 디자인. 그리고 남은 한 가지는 내지 디자인이다. 책이 뭐 별건가. 마무리 된 원고를 정해진 판형 안에 채워 넣고 겉표지에는 눈에 띄는 제목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새겨 넣으면 그게 바로 책 아닌가. 하하하하 ~ 별 거 아니네! (원래 링에 올라가기 전 쉐도우 복싱 할 때가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아주 오래전 여행 에세이를 낼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만났던 편집 디자이너 분이 했던 말이었다.
일단 작가님 주신 원고는 다 흘렸고요. …
그때 ‘원고를 흘리다’는 낯선 표현을 처음 들었던 거 같다. 물론 처음 들었어도 앞 뒤 정황을 통해 무슨 뜻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해 전달한 원고를 디자이너 분이 자신이 쓰는 편집 프로그램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옮겼다는 뜻이었다.
아 그러니까 컨버팅 하셨다는 거죠?
참고로 영화를 만들 때 우린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실로 보내면 그곳에서 본격적인 편집작업을 하기 위해 촬영한 영상파일에 대해 컨버팅 과정을 거치곤 한다. 그러니까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원고를 인디자인에 흘리는 건 일종의 컨버팅 과정이었다. 재미있는 건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나 텍스트 편집 프로그램인 인디자인이나 다 어도비社의 작품이라는 거다. 그러다 보니 인디자인이나 프리미어나 포토샵이나 기본적인 UI는 매우 유사했다.
인디자인 이거 별 거 아닌데? 굳이 디자이너 쓸 필요 없이 내지 디자인 정도는 원고만 흘리면 직접 작업해도 되겠어. 어차피 소설이라 복잡한 디자인 요소가 들어갈 것도 없고 하니 말이야.
내가 나한테 한 말이었다. 역시나 링에 오르기 전에는 자신감이 아주 … 충만하다. 물론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자신감은 다가올 가혹한 현실을 자주 잊게 한다는 거. 이쯤 되면 이젠 불치병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사람들에게 버려졌을 뿐인 유기견이 들개라 불리며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게 마음에 걸려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다큐의 마지막에는 사심(?)을 담아 길 위의 생명들을 위한 음악회도 열었다. 2023년에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반려동물 피해를 다룬 [인간의 마음]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동물원과 수족관, 펫숍이 하루 빨리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염원한다. 몇 편의 영화와 다큐를 쓰고 연출했고, 2024년 3월, 첫 소설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