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나라의 난임 병원 졸업생 6]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해"라는 말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4/04/22
1.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해~"

임신 막달 즈음 자주 들었던 이야기이고 맘카페에서도 자주 나오는 관용어구다. 보통 막달에 들어서 힘들다는 호소를 하는 글에 자주 달리는 댓글이다.

나도 다른 임신부와 마찬가지로 막달에 "차라리 아기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육아가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내 몸 자체가 불편한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누군가가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해"라고 말하면 짜증이 났다. 난 지금 너무 무겁고 힘든데 도대체 뭐가 편하다는 걸까.

게다가 이런 말은 마치 "너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야, 애송이 같으니라고"같은 태도로 여겨졌기에 불쾌했다. 사실상 인터넷에서 많이 마주할 수 있는, 누군가가 힘듦을 호소하면 "내가 더 힘들어"하면서 '불행 배틀'을 시작하는 모습과 똑같았다.

2. 더 웃긴 점은 아기를 낳고도 이 이야기는 끝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신생아 키우기 힘들기를 호소하면 "신생아 때가 편해", "뒤집고 서면 진짜 더 힘들어"와 같은 말이 나왔다.

나에게 직접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인터넷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임신을 한 사람에게는 '출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출산을 한 사람에게는 '젖몸살도 출산처럼 아프다', 조리원에서의 우울함을 호소하면 '그때가 천국이다', 집으로 돌아와 신생아를 키우면 '뒤집으면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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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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