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 노동, 윤리, 미학 by 정희진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11
photo by JEK


품위는 약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약자에게는 폭력이라는 자원이 없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무기는 나에겐 '있되', '적'에겐 없는 것. 바로 글쓰기다. '적들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사고방식. 사회적 약자만 접근 가능한 대안적 사고, 새로운 글쓰기 방식,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만 보이는 세계를 드러내는 것. 내가 비록 능력이 부족하고 소심해서 주어진 지면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내 억울함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나보다 더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러면서 세상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품위 있게' 싸우는 방법, 글쓰기다. -<머리말> p14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펜은 곧 칼이요, 방패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글쓰기란 적의 목을 베는 칼이면서, 적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패다. 어제는 칼이었던 글이 오늘은 방패가 될 수도 있고, 어제 방패였던 글이 오늘은 칼이 될 수도 있다. 칼을 제대로 휘두르려면 검기(劍氣)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펜이 칼이 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적폐의 일원이 되지 않으려면 펜 끝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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