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 씨는 왜 이렇게 사내정치엔 둔해요?

최재영
최재영 · 정치의 한복판에서 철학하기
2022/12/19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치에는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사내정치에는 둔해요?”

얼마 안 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들은 말이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던 시절, 같은 팀에서 일하던 팀원 한 분(아마 직급체계가 잡힌 대기업이었으면 쳐다도 못 볼 대선배였을 겁니다)께서 제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 좋은 회사원이 될 수 없으리라는,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부러 꺼내신, 쓴소리였을 겁니다.

실제로 저는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한 정치까지 지켜볼 만큼 ‘정치’라는 현상을 저는 흥미롭게 여기고, 심지어는 ‘정치’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았죠. 그런데 유독, 사내정치에는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근무시간에 웃으며 함께하는 분들을 위선, 모략, 암투, 모함으로 얼룩진 시각으로 보다니! 예의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타인을 수단으로 삼아 자기 이익을 좇는 게 썩 쿨해 보이지도 않았고요.


사내정치가 뭐 대수라고? 으아아아!

 곧 죽어도 바른 말, 옳은 소리,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제 판단과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반응은 봐도 못 본 척하곤 했지요. 심지어 결정권자의 의중도 제게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제 데이터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입사 전후 대표의 설명으로 제가 이해한 회사의 비전,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라는 자부심이 저를 움직이는 힘이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요소를 고려해 회사의 이익보다 제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으로 동료들에게 ‘비칠’ 것을 저는 두려워했습니다. 저의 유별난 도덕관이 사회초년생의 비장함과 뒤섞여 매일 아침 순교하는 마음으로 출근하기도 했습니다. ‘여긴 스타트업이다! 나는 회사의 기둥이다! 나의 선택이 회사와 모든 동료들의 미래를 좌우한다! 으아아아아!’ 당시의 제 마음가짐을 묘사하면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요? XD


사내정치가 대수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몇 년이 흐른 요즈음도 같은 마음가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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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제는 의회에서 밥벌이하며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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