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잔화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17
◆ 동화 ◆
   
   
금잔화
   
   
박선욱
   
   
어느 날부터인가 빛나의 방 창가에 놓여진 화분에서는 작은 꽃나무 하나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지난봄 ‘푸른 꽃집’의 언니가 선물로 준 그 꽃나무는 날이 갈수록 줄기가 제법 굵어지면서 가지마다 봉오리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빛나가 그 언니를 처음 본 것은 꽃샘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무렵이었습니다.
“얘, 빛나야, 엄마랑 꽃 사러 갈까?”
“좋아요, 엄마. 빨리 가요.”
일요일 오전, 아빠와 엄마를 도와 집안 대청소를 마친 빛나는 꽃을 사러 가자는 말에 얼른 따라나섰습니다.
빛나가 살고 있는 목련아파트의 상가에는 1층에 약국이 있었고, 그 옆에 문방구와 꽃가게가 있었습니다. 꽃가게의 이름은 ‘푸른 꽃집’입니다.
“안녕하세요?”
엄마가 꽃집 안을 두리번거리자, 안에서 앳된 여성이 인사를 합니다. 얼굴이 하얀 그녀는 큰 눈망울 때문인지 무척 서글서글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는 어디 가셨나요?”
엄마가 그녀에게 인사를 하며 묻습니다. 전부터 자주 ‘푸른 꽃집’에 드나들던 엄마는 이곳 주인과 아는 사이였습니다.
“제 언니는 지금 애 낳으러 병원에 가셨어요.”
“오라, 해산달이 다 되어 가더니만……그럼, 아가씨가, 주인 아주머니의 동생인가요?”
“예, 제가 막내예요.”
“아, 대학교 다니는 동생이 있다더니, 언니를 도와주러 짬을 냈나 보군요?”
“예. 그런데, 무슨 꽃을 사실 건가요?”
“장미 열 송이만 줄래요? 안개꽃 좀 받쳐서.”
“그렇게 할게요.”
그리 크지 않은 꽃가게였지만 ‘푸른 꽃집’ 안에는 많은 꽃들과 크고 작은 화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잎이 넓은 열대식물, 동백나무, 백합, 튤립, 스킨, 선인장, 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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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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