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쓰 5] 형편 없어도 괜찮아 - 초고는 초고일 뿐
쓸 결심을 하고 글감을 찾고 적당히 숙성했다. 쓸 차례다(드디어). 좁은 머릿속에 갇혔던 글감들. 드디어 움직일 때다. 어디로? 광활한 노트북 속 빈 문서 속으로. 연어 떼가 계곡 바위 틈 사이를 팔딱거리며 헤엄치듯 와르르 쏟아진다. 얼마나 갑갑했을까.
“내가 먼저 나갈 거야!”, “아냐. 내 얘기가 더 진솔하니까 넌 빠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엔 내 얘기만 한 게 없지.”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듯 글감들끼리의 경쟁이 사뭇 진지하다.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머릿속의 글감이 다 빠져나왔다. 평범한 단어 하나까지 모조리. 그동안 정성스레 숙성했던 글감은 노트북으로 완전히 이주했다. 더 이상 빈 문서가 아니라 꽉 찬 문서 되겠다. 근데, 어! 글이 왜 이렇지? ‘이 글감으로 얼마나 환상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