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지음 평전 『채광석 - 사랑은 어느 구비에서』 에필로그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5/30
박선욱 지음 평전 『채광석 - 사랑은 어느 구비에서』 에필로그
   
에필로그
   
   
민중적 민족문학의 야전사령관
   
   
1987년 7월 12일, 자신의 만 서른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지 딱 하루 만에 거짓말처럼 홀연히 세상을 떠난 사람 채광석. 그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1983년 2월, 후배 시인 김정환의 장편연작시 『황색예수전』 제1권 말미에 해설 「김정환의 예수」를 쓰고 3월에는 창작과비평사에서 발행한 『한국문학의 현단계 2』에 문학평론 「부끄러움과 힘의 부재」를 신인작품으로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한 채광석의 존재는 눈부셨다.
두 달 뒤인 5월, 조태일 시인이 발행하던 시 전문 무크 『시인』 제1집 ‘움직이는 시’에 시 「빈대가 전한 기쁜 소식」 외 4편으로 시작 활동을 펼치게 된 그는 1980년대 초반을 적토마처럼 움직였다. 문학을 운동의 차원으로 인식하여 살벌한 시국 속에서 문인들을 독재 타도의 대열에 들어서도록 독려한 그를 일컬어 황지우는 ‘민중적 민족문학의 독전관(督戰官)’으로 불렀다.
채광석의 주특기는 특유의 직설화법과 정도에 벗어난 행동거지를 한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쏘아대던 입담이었다. 그의 무기는 말과 입이었다. 자실 총무간사, 민통련 중앙위원, 민문연 실행위원, 시와경제 동인, 도서출판 풀빛 주간 등을 역임하면서 서슬 퍼렇던 5공 시절 군사독재와 한 치의 양보 없이 당당하게 맞서 싸운 진보적 문학 진영의 투사였다.
시와 평론을 같은 해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혜성처럼 등단한 채광석을 빼놓고 1980년대 문학판에 대해 얘기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수많은 대화를 했으며, 수많은 서로 다른 층위의 조직과 사람을 단단히 연결시켜 주었다. 그는 불같은 열정의 소유자였으나 개인적인 욕심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가 타계한 날, 채광석의 호주머니에서 달랑 150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되듯이 그는 세상의 명리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채광석은 암울하던 5공 시절 홍일선,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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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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