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않으면 죽는 병, 하이퍼그라피아를 아시는지.

조영주
조영주 인증된 계정 · 소설을 씁니다.
2023/12/18
2016년 불면증이 최고조에 달한 후 제 발로 신경정신과, 요즘에는 정신건강의학과로 통하는 미소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내 정확한 병명은 여러가지인데 공황장애, 불안장애, 기타등등 + 경조 상태와 울증을 오락가락 하는 우울병이다. (처음에는 공황장애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우울병 약 외에도 각종 안정제 등을 먹었으나 이제는 뗐다. ssri 계열 약만 먹는다.) 이 중 가장 심한 건 경조 상태와 울증을 오락가락하는 우울병으로, 이건 다른 단어로 "하이퍼그라피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이퍼그라피아는 옛날 말로 하면 "작가의 병"이고, 조금 평범한 단어로 설명하면 "글을 쓰지 않으면 죽는 병"이고, 조금 더 익숙한 말로 설명하자면 "sns 중독을 비롯하여 계속해서 자기 이야기를 떠드는 병"이다.

   
예전에는 sns중독이었다. 어떻게든 sns에 내 일상을 일일이 문장으로 적어야 만족했다. 당연히 글도 많이 썼다. 일단 쓰면 안정이 되고 기분이 좋아지니까. 안 쓰면? 우울하다. 바닥을 뚫고 지옥까지 갔다 온다. ssri를 꾸준히 복용한 덕에 이제 이런 증상은 거의 사라졌다. 처음 증상이 나아지기 시작했을 때엔 혼란에 빠졌다. 아니 왜 갑자기 글이 안 써지는 거야? 하고 매일 어떻게든 글을 쓰려고 발악하는 난생 처음 겪은 나날이 반복됐는데, 이제는 또 어떻게든 적응이 돼... ... 다 못해 오히려 훨씬 더 좋아졌다. 
   
하이퍼그라피아 증상이 사라지니 충동에 의한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목적을 정하고, 목표에 따라 글을 적는다. 이것은 소설 쓰기에 용이해서, 예전 같으면 충동적으로 소설을 적어내리다가 갑갑해서 막 쓰거나 하는 일이 없어졌다. 이제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서 벗어나면 자신을 막고, 잠시 쉰 후 다음 날 쓸 여유가 생겼다. 급하지 않은 글은 보는 사람도 편하다. 그걸 깨닫게 한 건 이번에 출간한 "크로노토피아"다. 이 소설은 장편이 써지지 않는 지옥같은 계절의 시작즈음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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