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말레나, 아름다움의 배신 II

이난희.여성사회연구
이난희.여성사회연구 · 작가, 번역가,연구자
2023/03/10
첫째는 거대한 전쟁의 폭력과 생활 속의 미시적 폭력이다. 영화는 1940년대 위대한 수령의 선전포고 라디오 연설방송으로 시작된다. 영화 내내 마을에는 군인들이 차를 타고 달리며 마을 사람들에게 전쟁 관련 안내를 하고 선전 선동을 한다. 주인공인 소년 레나토의 아버지는 그러한 수령의 전쟁과 당의 방침을 그다지 찬성하지 않지만, 그것을 드러내 놓고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한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억압되었던 2차 대전과 파시즘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광장에서 전쟁에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미군의 폭격과 식량난, 물자난 등이 그려진다. 레나토의 아버지는 레나토가 바지를 훔쳐 줄여 입거나, 학교를 빠지거나, 자위를 하는 등의 행동에 대해, 서슴지 않고 레나토를 때린다. 한두 대 그냥 때리는 것이 아니라 큰소리로 야단을 치며 고함을 지르고 계속 때린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다혈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의 아버지는 다혈질을 넘어서서 매우 폭력적이다. 심지어 레나토를 방에 가두고는 창문을 막아버리기까지 한다. 이것은 전쟁이라는 극한 폭력이 일상생활에서조차 이어져 생활 속의 폭력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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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커피 한잔, 여성신학 한스푼,”“방구석 여행가들의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니?(공저)” 등의 책을 썼습니다. “기독교는 식사에서 시작되었다(공역),” “뚱뚱한 예수(공역)” 등을 번역했습니다.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즈’에 비정기로 글을 기고합니다. 여성신학 박사로 강의를 했고, 여성, 사회,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한글 및 영어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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