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칠월, 광주의 비극 보도연맹 사건[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전남 광주 지역 민간인 학살사건(프레시안 2023.06.09. 글/김완 시인)
그해 칠월, 광주의 비극 보도연맹 사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전남 광주 지역 민간인 학살사건
프레시안 2023.06.09. 글/김완 시인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 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이념 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그해 칠월, 광주의 비극 보도연맹 사건
-광산구 암탉골을 중심으로
해방은 되었으나 그해 칠월까지 광복은 오지 않았다
보도연맹원들은 유월 농번기 모심기에 동원되고
한숨 돌리는 그해 칠월, 한국전쟁이 터진 후
소집령을 받는다 전쟁에 대한 소식 잘 알지 못하고
일부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광산구 삼도 지서로 모였다
지서에 모인 이들은 예전에 없던 일이지만
갑, 을, 병으로 나눠 호명된 후 노끈을 꼬는 일을 했다
나중에 그 끈이 자신의 손을 묶어 죽음으로 이끌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밤새 대마 껍질로 노끈을 꼬았다
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