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반하지 않은 여자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 연재소설 <황혼의 불시착> 5회

오진영
오진영 · 작가, 칼럼니스트, 번역가
2023/10/06
전날 밤에 남자에게 보낸 카톡 앞, 읽지 않았다는 표시인 숫자 1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 상태는 다음날 오전까지 요지부동이었다.
30분에 한번씩, 아니 어쩌면 10분에 한번씩 전화기를 열어서 태산처럼 끄덕 않는 숫자 1을 확인하는 일을 반복하는 어느 시점부터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 언저리가 아파왔다.

여자는 50살이 되기도 전에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혈관 확장 스탠트 시술을 한 사람이었다. 
들숨과 날숨 사이마다 가슴이 뻐근한 이 증상은 없어지지 않는 숫자 1 때문인지, 아니면 시술한지 오래된 혈관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전조인지 혼란이 왔다.

내가 보낸 톡을 왜 안 읽는 건가? 왜? 
2023년 서울에 사는 대한민국 사람 중에 전날 저녁부터 그 다음날 오후까지 핸드폰을 열어 문자나 카톡을 보지 않는,...
오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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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오진영tv 유튜브로 시사 평론을 쓰는 칼럼니스트. 포르투갈어권 문학 번역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 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 등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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