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교 교수(숙명여대)가 페북에 쓴 글【오랜 축적의 결과물들 - 30초 서명】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9/13
김응교 교수(숙명여대)가 페북에 쓴 글
【오랜 축적의 결과물들 - 30초 서명】
   
엄청난 공을 들인 두 작품을 마주 대한다. 오늘 이런 일이 있으리라 예견하고 쓴 책들이 아니다. 10년 아니 20년 전부터 준비해서 몇 년 전에 낸 책들이다. 무슨 기일에 맞추어 이 글 저 글 짜집기 해서 낸 책이 아니란 말이다. 이 책들이 없었다면 홍범도 장군이 어떤 분인지 시민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동순 시인은 이미 2003년에 민족서사시 『홍범도』(전 5부작 10권)를 완간했다. 정말 부끄러운 고백인데, 나는 그 시집을 표지만 보고, 이렇게 긴 이야기로 홍범도를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정말 무식한 자의 고백이 아닐 수 없다. 내 인식이 이 정도로 천박한다. 시인이 어떤 충격을 받으면, 글의 형태나 길이의 한계를 부수고 그야말로, 그냥, 터져나오는대로 쓰기 마련이다. 이동순 시인은 그 지경에서 썼을 터이다. 
이후에 “머나먼 동쪽 끝에서 쫓겨와/평생을 물풀처럼 떠돌다 마감한”(「고려인 무덤」)을 논하는 디아스포라 시집 『강제이주열차』(창비, 2019)을 내셨을 때, 나는 이 시집의 출간을 축하하는 작은 자리에 동석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 홍범도를 기념하는 분들이 모여서 함께 마음을 모았다. 이동순 시인이 홍범도를 증언하는 배경은 이토록 간절하다. 집필 기간을 넘어 상상하며 충격 받은 기간까지 합하면, 이십 년을 넘어, 평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은 방현석 소설가의 장편소설 『범도』(문학동네, 상, 하)이다. 대하서사가 사라지고 짧은 상념이나 일시적 사건에 주목하는 요즘 소설계와 달리, 그의 소설을 처음부터 역사성이 강하다.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세월』 『사파에서』 등 그는 소설에서 사실 그대로의 핍진한 역사를 무시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2010년부터 독립군 유적지를 답사하던 방 작가는 만주 신흥무관학교, 봉오동 전투지, 홍 장군이 야간 수위 생활하던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을 방문했고, 2020년 초부터 쓰...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315
팔로워 5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