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나 뉴스에 나온 학폭 정도가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괴롭힘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2023/05/12
글을 시작하기 전에, 피해자인 제 딸은 표준체중보다 적은 편이라고 먼저 밝힙니다.
별 것 아닌 일? 정말로?
제 딸이 2학기 내내 당했던 말은 주로 신체에 관한 놀림이었습니다.
"다리가 코끼리 같다."
"팔이 어떻게 저렇게 두꺼울 수가 있지?"
"떡대가 왜 저러냐."
"돼지같다."
이런 말을, 친구들을 모아 여럿이서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물론 언어폭력 말고도 발로 차고 주먹질하는 등의 신체폭력도 있었습니다만 그건 이 글에선 논외로 합니다.)
피해자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불쾌하다는 티를 냈습니다. 지속성이 심해지자 그만하라고 당연히 말로도 했고요.
하지만 위협적으로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면 쌍방의 싸움으로 일찌감치 퍼졌겠죠.
제 딸은 그 반의 학급 회장이었고 동성친구들과는 모두 좋은 관계였습니다.
위 사건으로부터 한 학년 높아진 지금도 학급 회장이고, 담임선생님께서는 며칠 전(5월) 아이가 좋은 리더쉽으로 반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는 칭찬을 엄마인 저에게 육성으로 직접 해주셨습니다. (딸 자랑의 목적으로 꺼내는 말이 아니라, 이런 아이도 학폭에 시달릴 수 있다는 걸 증언하고 싶어서 언급하는 겁니다.)
엄마로서 제가 크게 반성하는 부분은
딸이 초반부터 괴로움을 호소할 때, 저 조차도 '저런 말 정도는 드럽고 치사해도 그냥 넘겨야지 어쩌겠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물론 딸에게 티를 내진 않았었고, 공감하고 위로는 해줬었지요.
그러나 그때 당장 (이미 전화통화까지 한 적 있는) 상대방 엄마에게 연락을 하든지, 담임선생님에게 면담 요청을 하든지 했었어야 한다는 후회를 합니다.
차라리 애가 정말로 체중이 많이 나갔다면,
만약에 회장도 아니고, 정말 소심해서 어릴 때부터 말수도 적고 교우관계가 힘든 아이었다면,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이고 일이 커지는 걸 막았을 겁니다.
저 유치한 놀림에 상처받을 딸이 아니라고 믿었던 거죠.
네. 제가 안일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정식 학폭위를 진행가면서, 아이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다고 직접 요청했고,
저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괜찮다고 알려진 병원은 3개월을 기다려야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6개월 말했었는데 취소가 났다고 연락이 와서 가능했던 겁니다)
진료를 받고, 일주일 후 종합검사를 받고, 또 한 달을 기다려서 결과를 들었습니다.
자살에 대한 우려가,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유의미하게 존재한다는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우울증 진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프상 (이미 받고 있던) 심리치료는 당분간 지속하는 게 낫겠다고 하더군요.
타인과의 불쾌한 마찰은 극도로 조심하고 피해야 옳습니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가 숙지해야 할 사안입니다.
불쾌한 일을 굳이 왜 방치하고 지속되게 만드나요?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죠.
아이가 장난꾸러기라서 어쩔 수 없다고요?
원래 부모 말을 안 듣는데 사춘기라서 더 안 들어서 컨트롤이 안 된다고요?
그런 핑계가, 자신의 자녀로 하여금 괴로움을 겪는 다른 아이들과 그 가족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애들끼리 장난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맙시다.
별 거 아닌 일이라고 냅뒀다가 내 아이가 엄청난 일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또는 별 거 아닌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이에 내 아이의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는 겁니다.
저희가 당한 일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데미지가 없을 수도 있지만, '또다른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히기도 합니다.
사건과 사연을 단순화, 일반화하지 마세요.
아이들마다 다른 일인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욕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인 일이라고요.
일선 선생님들도 이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일일이 맞춰주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잘 압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을 무시하는 일 만이라도 없으면 좋겠습니다.
오죽하면 '얼핏 봐서는 별 것도 아닌 일 같은데' 그토록 힘들어하겠습니까.
저는 피해자다움, 피해자 프레임을 혐오하는 엄마입니다.
'혐오'라는 건 옳지 않은 개념이지만, '피해자다움'은 혐오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를 당당하게 알리고 주장하는 것은, 저나 아이의 삶에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야, 미지의 피해자가 더 생기는 걸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두 줄 요약:
내 아이가 혹시라도 다른 친구들이 불쾌해할 만한 언행을 하는 건 아닌지,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하세요.
내 아이가 혹시라도 듣기 싫은 말이나 신체접촉을 당하는 건 아닌지,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하세요.
별 것 아닌 일? 정말로?
제 딸이 2학기 내내 당했던 말은 주로 신체에 관한 놀림이었습니다.
"다리가 코끼리 같다."
"팔이 어떻게 저렇게 두꺼울 수가 있지?"
"떡대가 왜 저러냐."
"돼지같다."
이런 말을, 친구들을 모아 여럿이서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물론 언어폭력 말고도 발로 차고 주먹질하는 등의 신체폭력도 있었습니다만 그건 이 글에선 논외로 합니다.)
피해자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불쾌하다는 티를 냈습니다. 지속성이 심해지자 그만하라고 당연히 말로도 했고요.
하지만 위협적으로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면 쌍방의 싸움으로 일찌감치 퍼졌겠죠.
제 딸은 그 반의 학급 회장이었고 동성친구들과는 모두 좋은 관계였습니다.
위 사건으로부터 한 학년 높아진 지금도 학급 회장이고, 담임선생님께서는 며칠 전(5월) 아이가 좋은 리더쉽으로 반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는 칭찬을 엄마인 저에게 육성으로 직접 해주셨습니다. (딸 자랑의 목적으로 꺼내는 말이 아니라, 이런 아이도 학폭에 시달릴 수 있다는 걸 증언하고 싶어서 언급하는 겁니다.)
엄마로서 제가 크게 반성하는 부분은
딸이 초반부터 괴로움을 호소할 때, 저 조차도 '저런 말 정도는 드럽고 치사해도 그냥 넘겨야지 어쩌겠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물론 딸에게 티를 내진 않았었고, 공감하고 위로는 해줬었지요.
그러나 그때 당장 (이미 전화통화까지 한 적 있는) 상대방 엄마에게 연락을 하든지, 담임선생님에게 면담 요청을 하든지 했었어야 한다는 후회를 합니다.
차라리 애가 정말로 체중이 많이 나갔다면,
만약에 회장도 아니고, 정말 소심해서 어릴 때부터 말수도 적고 교우관계가 힘든 아이었다면,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이고 일이 커지는 걸 막았을 겁니다.
저 유치한 놀림에 상처받을 딸이 아니라고 믿었던 거죠.
네. 제가 안일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정식 학폭위를 진행가면서, 아이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다고 직접 요청했고,
저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괜찮다고 알려진 병원은 3개월을 기다려야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6개월 말했었는데 취소가 났다고 연락이 와서 가능했던 겁니다)
진료를 받고, 일주일 후 종합검사를 받고, 또 한 달을 기다려서 결과를 들었습니다.
자살에 대한 우려가,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유의미하게 존재한다는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우울증 진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프상 (이미 받고 있던) 심리치료는 당분간 지속하는 게 낫겠다고 하더군요.
타인과의 불쾌한 마찰은 극도로 조심하고 피해야 옳습니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가 숙지해야 할 사안입니다.
불쾌한 일을 굳이 왜 방치하고 지속되게 만드나요?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죠.
아이가 장난꾸러기라서 어쩔 수 없다고요?
원래 부모 말을 안 듣는데 사춘기라서 더 안 들어서 컨트롤이 안 된다고요?
그런 핑계가, 자신의 자녀로 하여금 괴로움을 겪는 다른 아이들과 그 가족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애들끼리 장난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맙시다.
별 거 아닌 일이라고 냅뒀다가 내 아이가 엄청난 일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또는 별 거 아닌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이에 내 아이의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는 겁니다.
저희가 당한 일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데미지가 없을 수도 있지만, '또다른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히기도 합니다.
사건과 사연을 단순화, 일반화하지 마세요.
아이들마다 다른 일인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욕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인 일이라고요.
일선 선생님들도 이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일일이 맞춰주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잘 압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을 무시하는 일 만이라도 없으면 좋겠습니다.
오죽하면 '얼핏 봐서는 별 것도 아닌 일 같은데' 그토록 힘들어하겠습니까.
저는 피해자다움, 피해자 프레임을 혐오하는 엄마입니다.
'혐오'라는 건 옳지 않은 개념이지만, '피해자다움'은 혐오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를 당당하게 알리고 주장하는 것은, 저나 아이의 삶에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야, 미지의 피해자가 더 생기는 걸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두 줄 요약:
내 아이가 혹시라도 다른 친구들이 불쾌해할 만한 언행을 하는 건 아닌지,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하세요.
내 아이가 혹시라도 듣기 싫은 말이나 신체접촉을 당하는 건 아닌지,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하세요.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
@최성욱 사실 기본만 지켜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대부분이라 봅니다. 가정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이루어지는데 아무래도 요즘이 피해자들 목소리가 그나마 높아져서 이렇게라도 드러나는 거겠지요.
생명경시 사상이 널리 퍼지고 있으니 폭력을 막겠다 정도의 슬로건은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좀 더 생명예찬 하는 방향으로 무언가 추를 던져야 될 것 같은데요. 아이디어는 떠오르는게 없군요.
@최성욱 사실 기본만 지켜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대부분이라 봅니다. 가정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이루어지는데 아무래도 요즘이 피해자들 목소리가 그나마 높아져서 이렇게라도 드러나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