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풋잠 7회- 쇠로 만든 방
나와 정공자, 그리고 바대표가 개인과 공동체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동안, 이호랑과 준병이 형은 와인을 홀짝이며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둘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했으나, 이내 얌전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정공자가 준병이 형에게 질문을 던졌다.
“중병님, 공동체가 공유하는 건 가치라고 생각하셔요? 아니면, 운명이라고 생각하셔요?”
“그건 답하기 까다로운 문제인 것 같네요. 풋잠이란 공동체는 가치를 공유하는 곳이 맞겠죠. 이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 한, 우리가 유비 관우 장비 의형제처럼 태어난 날은 다르더라도 같은 날 죽자, 이런 일은 벌어지지도 않고, 그걸 원하지도 않잖아요. 그런데, 사회라는 공동체는 다른 것 같습니다. 사회가 무너지면 우리의 삶도 같이 무너지는 거고, 우리의 삶이 무너지면 사회도 같이 무너지는 거니까요.”
갑자기 반발심이 들었다. 욱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니, 사회가 무너지면 왜 우리의 삶이 무너지는 건가요?”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저마다 믿고 싶은 걸 믿거든요. 세기말 분위기에 온갖 신흥신앙들이 생겨나는 건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요?”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으면 행복하겠지요. 그게 왜 문제가 됩니까?”
“저도 그게 고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루쉰이 했던 말인데요. 가령 쇠로 만든 방이 하나 있다고 칩시다. 그리고 저는 그 안에 있어요. 이 방은 쇠로 만들었기에 창문도 없고 벽도 단단합니다. 빠져나갈래야 빠져나갈 수가 없죠. 그런데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머지않아 숨이 모두 막혀 죽을 것입니다.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까 사람들은 고통 없이 가겠죠. 그런데 만약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잠을 깨우면 그들은 고통과 비애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나에게 답은 뻔하다. 나라면 소리를 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