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맞이 자기탐구] 나의 이름은

조유리_다나
조유리_다나 · <그런 엄마가 있었다> 작가
2024/08/08
사진 : 픽사베이
 
이름을 ‘유리’라고 소개하는 것은 다소 밍구스러운 일이다. 이름이란 그 소유자와 어울리는 느낌이 나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편할텐데 ‘유리’는 나와 그리 닮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세대를 이어 여자 아이돌 가수의 이름이었던 것처럼 – 쿨의 유리, 소녀시대의 유리가 있었고 최근 알게 된 아이즈원이라는 그룹의 유리라는 가수는 심지어 나와 성까지 같았다. – 이 이름에서는 귀엽고 예쁘고 발랄한 이미지가 풍긴다. 왠지 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애교도 많고 항상 웃으며 다닐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외모부터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고 성격 또한 무뚝뚝하고 무심한 면이 있다. 예전부터, 모르는 사람이 내 이름을 먼저 접한 뒤 나를 만나면 그 괴리감에 실망해버릴 것 같아 괜시리 움츠러들었다.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렇게 자꾸 불러줄 테니 이름대로 성장하라는 뜻인데 내 이름의 발음이나 풍기는 이미지와 비교해보면 나는 이름대로 성장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 ‘유리’에 담긴 뜻은 그렇게 여성스럽지도, 애교스럽지도 않다. 보통 이런 이름은 한자 없이 한글로, 단어의 예쁜 어감을 살려 지었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나름 아버지가 많은 고민 끝에 찾아 맞춘 한자 뜻이 있다. 넉넉할 유(裕), 배 리(梨)를 써서 배나무에 열매가 많이 매달린 풍경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부모님이 생활고를 이겨보려 처절하게 노력했던 시절, 부디 배곯지 말고 넉넉한 부를 누리며 살라는 의도였다. 아버지가 기대한 것이 어느 정도의 ‘넉넉함’이었는지는 알 수는 없으나,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약 10여 년간 좀 팍팍한 생활을 했던 것을 빼면 어느 정도 유복한 어린 시절과 적당히 원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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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육아, 교육 분야의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결혼 후 힘든 육아와 부모의 질병을 겪으며 돌봄과 나이듦에 관심 갖고 사회복지를 공부한다. 저서는 친정 엄마의 10년 투병에 관한 이야기이며 본명과 함께 다정한 나이듦을 뜻하는 '다나'를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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