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물 건너갔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9/21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밤새 켜져있던 티비를 끄고 시계를 본다. 새벽 5시.
문득, 어젯밤에 택배가 도착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급히 핸드폰을 뒤져보니 밤 9시에 배달완료가 떠있다.
에고. 밤에라도 가지러 내려갔어야하는데 미처 알림을 확인하질 못했구나.
택배는 오징어와 빨래세제다. 오징어가 줄줄 다 녹았을 생각에 마음이 초조하다.  밖으로 나와 슬쩍 남편 기색을 살핀다. 그저께도 밤에도 택배 심부름을 시켰는데 새벽부터 또 보내려니 왠지 눈치가 보인다.
"깜깜해서 택배 찾으러 가기 좀 그렇쳐?"
"깜깜한데 어떻게 가.  날이 밝아야 가지"
"그니까.  날 좀 밝으면 가라고..."

 아니, 나 혼자 먹고 살자고 시키는 택밴가. 내가 미안해 할 일이 뭐 있나.
생필품들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바람에 연일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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