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동안 모든 범죄가 허용될 때 생기는 일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7/13
▲ 더 퍼지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300만 달러(약 39억 원) 저예산으로 제작돼 2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영화가 있다. 속편도 벌써 다섯 편이 쏟아지며 규모 또한 커져간다. 늘 따라붙는 완성도에 대한 비평에도, 시간 죽이기용 영화를 넘어 인간 본연의 무엇을 자극하는 설정 만큼은 매력적이란 평가다. <더 퍼지> 이야기다.

설정은 단순하다. 미국이 일 년에 단 하룻밤, 살인을 포함해 모든 범죄를 허용하는 날을 두었다는 것이다. 금지되는 건 대량학살이 가능한 4등급 이상의 중무기를 사용하는 것과 고위공직자를 해하는 일 뿐이다.

3월 21일 일몰 뒤 알람이 울리면 다시 알람이 울리기까지 12시간 동안 경찰도, 군대도, 응급의료시스템도 멈추는 퍼지데이가 벌어진다.
▲ 더 퍼지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폭력의 사유화, 그 위험을 경고한다

영화 속 미디어는 말한다. 사람들은 결국 육신을 가진 동물이며 내재된 폭력성을 갖고 있다고, 그리하여 이 같은 본성을 해소하는 퍼지데이를 통해 사회가 더욱 강해진다고 말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통계에선 경제호황과 각종 범죄율 저하 등 긍정적인 결과로 가득하다.

반대자들도 없지 않다. 퍼지데이에 분노하는 이들은 이를 기득권자가 사회적 약자를 처단하는 수단이라 비난한다. 부양부담이 커진 정부가 빈민과 장애인, 스스로를 보호할 여력이 없는 이들을 남의 손을 빌려 제거하는 수단으로, 좋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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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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