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

달의 진심이
2023/07/12
초혼:사람이 죽었을 때에,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불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습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사람이여!
사랑하던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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