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였어요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7/10
복층구조의 집에서 사는 저는 침대에서 일어나면 덮고 있던 이불을 접어 침대 위에 놓고 잠시 나무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내려섭니다. 물론 모란이 다음발을 내디딜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물러서지 않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 허리를 숙여 모란을 들어 올려 안고 내려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거실에 불을 켭니다. 
천장이 높아서 조명을 켜도 밝기는 한정적입니다.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불을 밝히는 일이 의미를 환희합니다. 지난 새벽 쏟아지는 빗줄기 덕분에 잠시 잠을 설쳤습니다. 
   
스위치를 켜려다 잠시 망설입니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눈 안으로 가득히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바라다봅니다.
핸드폰을 꺼내 제가 가진 하늘의 한 켠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책을 다녀오며 길가의 물웅덩이에 떠 있던 하늘도 보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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