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상 인기와 한류 유니버스

심두보 · 번역가, 평론가, 교사
2023/03/05
다나카상 인기가 심상찮다. 다나카는 2000년대 초반 SBS “웃찾사”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부차적 캐릭터, 멀티 페르소나)로 유흥업소 호스트 직업을 가진 일본인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유튜브 먹방을 통해 회자되더니(김경욱에 따르면 2018년부터 다나카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스타,” CBS 라디오의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하며 더욱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그의 외모, 말투, 행동은 한국을 좋아해 한국에 와서 활동하는 실제 일본인 같다. 하지만, 그가 가짜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그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다. 하긴 언젠가부터 부캐가 익숙한 시대다. 개그맨 유재석은 가수 유산슬로, 개그맨 김해준은 카페 사장 최준이라는 부캐로 상당한 인기를 누린다. 유튜브의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은 부캐 콘텐츠로 채워져 있을 정도다.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이 확대되면서, 10대들 사이에 부캐를 만들어 소통하는 것은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아무튼, 다나카는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해 여러 편의 광고와 패션잡지 화보를 촬영했으며, 심지어 여러 도시에서 단독 “내한” 콘서트를 열 정도로 엄청난 스타가 되었다. 참고로, 그의 콘서트 티켓은 판매 개시 5초 만에 매진이 될 정도로 구하기 어렵다.
   
필자가 다나카상에 주목하게 된 것은 그가 지난해 말 자신의 록발라드 곡 “와스레나이(忘れない)”를 발표하고선 엠넷(Mnet)의 음악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서 노래하는 것을 시청했던 순간이다. 방송 카메라에 비친 여성 관객들은 마치 한류스타 콘서트장에 와 있는 듯 다나카를 연호하며 괴성을 질렀고, 즐거운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으로 응원부채와 응원봉을 흔들며 그를 응원했다. 사실 이들 20대 팬들은 어린 시절부터 케이팝 안무를 따라 하며, 누군가의 케이팝 팬으로 성장한 세대다. 나는 이들이 케이팝 세계에서 흔히 실천되는 팬질의 여러 관습을 다나카에게도 시전하는 광경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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