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 2>가 왜 돌아왔냐고?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4/11/18
리들리 스콧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의 미국'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 Ⅱ> 스틸컷
적지 않은 이들이 <글래디에이터>가 귀환한 이유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옛 명성에 기대 흥행을 거두고, 시리즈의 명맥을 잇기 위함이라고. 물론 이런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리들리 스콧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히 있다고 느낀다.

<글래디에이터> 1편과 2편의 가장 큰 차이는 어디서 시작하느냐에 있다. 이 영화의 주된 무대인 로마 제국. 그곳의 안에서 시작하느냐, 밖에서 시작하느냐. 1편은 안에서 시작했다. 막시무스(러셀 크로우)는 정복 전쟁으로 지쳤고 정치적 이유로 가족을 잃었지만, 이것들은 모두 로마인으로서 로마 내부에서 겪은 비극이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로마의 외부로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전쟁에서 죽어 나간 다른 국가 시민들은 헛된 저항으로 희생당한 가엾은 이들일 뿐이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 Ⅱ>는 다르다. 이 영화는 로마군에 의해 짓밟힌 곳에서 시작된다. 로마 외부인의 시선에서 영화가 흘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루시우스(폴 메스칼)는 로마 내부로 들어오고 점차 로마인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외부에서 내부로의 이행. 영화는 루시우스를 통해 로마의 경계를 안팎으로 오가며 이 제국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글래디에이터 Ⅱ> 스틸컷
이 과정에서 영화가 가장 유심히 보는 것은 로마라는 나라의 민낯이다. 강인하여 여러 지역을 정복하면서도, 법에 의해 통치되는 하나의 제국의 꿈꿨던 나라. 그러나 이제는 마치 피에 중독된 듯 살인귀들처럼 지배의 야욕밖에 남지 않은 나라. 로마의 이런 속성은 주로 황제들의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영화에서 게타 황제(조셉 퀸)는 본성이 잔인해서 명분 없는 살육을 즐기고, 카라칼라 황제(프레드 헤킨저)는 머리까지 매독균이 퍼져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 이토록 한심한 황제들의 실상은 로마의 현실을 은유한다.

그런데 이것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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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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