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문제였다. 말이 아니라.

이창
이창 · 쓰고 싶은 걸 씁니다.
2022/11/17

  돌이켜보면 나는 늘 입을 닫는 쪽이었다. 속을 곪아가며 고루하고 물색없는 것들과 사투하는 지겨움이란.

  인간의 이해심은 그다지 관용적이지 않다. 나는 자연치유를 믿는 돌팔이의 심정으로 많은 것들이 섭리 속에 흐른다고 생각했고, 이는 완전한 착각이었다. 아무리 ‘깨시민’인 양 굴어도 어차피 당신은 편협하다. 나도 편협하다. 이것만 인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로 만나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게 어렵지 않다. 서로가 가치롭다 여기는, 나의 부족함과 당신의 불완전함을 어여쁘게 교환하고 각자의 소중한 패를 판돈 없이 까보이며 잃을 것 없는 판을 짤 수 있다. 표출하지 않으면 훌륭한 서사도 결국 썩는다. 누가 잘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골동품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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