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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이전의 세계, 이후의 세계
[AI & Art] 좀비와 유령의 글쓰기
2023/01/06
경이와 경악 사이에 선 AI
기원전 11세기 이집트 테베 왕조기의 유물 ‘사자의 서’에는 문자를 발명한 달의 신 토트(Thoth)가 태양신(Re-Harahte) 에게 그것의 유용함을 소개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이 그림에서 특히 눈길가는 것은 토트의 손에 들린 모종의 물체다. 둥근 단추가 달린 작고 길쭉한 물건. 그것을 어찌 사용하는지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물체는 우리에게 문자 언어가 작동한다는 것, 즉 쓰기(writing)의 실행에는 반드시 도구와 기술 개입이 필요함을 새삼 상기시킨다.
텍스트 예술은 문자 발명 이후에도 다양한 기술과 기계 발달로 부터 영향을 받으며 변신을 거듭했다. 동물 털로 만든 붓과 먹부터 깃털과 금속으로 만든 펜과 잉크, 인류에게 쓰기 혁명을 가져온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타자기기, 축음기 같은 자동 기억 장치 그리고 워드프로세서를 지나 마침내 GTP-3가 폭발시킨 AI 생성 소프트웨어 까지. 이토록 다종다양한 기계와 도구는 기술적 혹은 미학적 특징에 따라 문자 언어와 텍스트 예술의 표층과 심층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때 여러 도구와 쓰기가 주고받은 것들 만큼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그것은 쓰기를 인간의 주체적 창조 행위 중 하나로 보고, 그 역할 강화를 위해 각종 인공 장치를 발명한 인류가 막상 혁신적인 쓰기기계가 출현 때마다 드러낸 혼란한 감정과 연결된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글쓰기의 본질이 낯선 기계장치에 의해 변화될 것임을 지각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은 경이와 경악을 동시에 일으키는 자극원이 되었다. 타자기, 전화기, 녹음기 등 기계 발명품이 쏟아져 나온 20세기 초기에 활약한 작가 카프카는 “축음기가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원전 11세기 이집트 테베 왕조기의 유물 ‘사자의 서’에는 문자를 발명한 달의 신 토트(Thoth)가 태양신(Re-Harahte) 에게 그것의 유용함을 소개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이 그림에서 특히 눈길가는 것은 토트의 손에 들린 모종의 물체다. 둥근 단추가 달린 작고 길쭉한 물건. 그것을 어찌 사용하는지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물체는 우리에게 문자 언어가 작동한다는 것, 즉 쓰기(writing)의 실행에는 반드시 도구와 기술 개입이 필요함을 새삼 상기시킨다.
텍스트 예술은 문자 발명 이후에도 다양한 기술과 기계 발달로 부터 영향을 받으며 변신을 거듭했다. 동물 털로 만든 붓과 먹부터 깃털과 금속으로 만든 펜과 잉크, 인류에게 쓰기 혁명을 가져온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타자기기, 축음기 같은 자동 기억 장치 그리고 워드프로세서를 지나 마침내 GTP-3가 폭발시킨 AI 생성 소프트웨어 까지. 이토록 다종다양한 기계와 도구는 기술적 혹은 미학적 특징에 따라 문자 언어와 텍스트 예술의 표층과 심층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때 여러 도구와 쓰기가 주고받은 것들 만큼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그것은 쓰기를 인간의 주체적 창조 행위 중 하나로 보고, 그 역할 강화를 위해 각종 인공 장치를 발명한 인류가 막상 혁신적인 쓰기기계가 출현 때마다 드러낸 혼란한 감정과 연결된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글쓰기의 본질이 낯선 기계장치에 의해 변화될 것임을 지각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은 경이와 경악을 동시에 일으키는 자극원이 되었다. 타자기, 전화기, 녹음기 등 기계 발명품이 쏟아져 나온 20세기 초기에 활약한 작가 카프카는 “축음기가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
Human Experience Designer 서사경험, 놀이경험 집중해 연구하고, 창작합니다. Cybertext Designer, AI Artist, Startup Coach로도 활동해요.
@강부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김언 시인과 문학주간 인공지능 특집 무대를 함께 준비하며 나눈 대화와 프롬프트 메이킹 과정에서 받은 영감으로 썼습니다. 인공지능을 상정하고 쓴 글은 아니었지만 김언 시인이 이전의 책에서 나없는 세상에서 글쓰기가 가능한가, 좀비처럼 글을 쓰는 이를 본적이 없다 라는 말을 하였는데, 저는 인공지능과 작업하며 이것이 바로 그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앞으로 생각할 꺼리가 생길때 마다 글를 싸보려 하는데, 전에는 브런치에 글을 모아두었던 터라 이곳 인터페이스도 살펴 볼겸 들려봤어요. 아. 강선생님이 얼룩소를 쓰신다고 한 것이 제가 이곳에 글을 오려본 제일 큰 계기에요 ㅎㅎ
/태그를 어떻게 거는지도 못찾겠네..
정말 흥미로운 글입니다. 이거 AI가 쓴 건 아니죠? ㅎㅎ 저는 권보연 선생님 글이 인간의 글쓰기를 AI가 대체할 것인가라는 판단과 예상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서로 어울려 이어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상상할 수있게 해줘서 더 좋군요. ‘나 없는 세상에서의 글쓰기’, ‘내가 남긴 말이 나를 대신해 말하는’ 상황까지 내다보는 일이 인간과 AI의 협력을 통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좀비에 강령하는 인간 유령이라니 이 무슨 흥미롭고 적절한 조합인가요! 정말 즐거운 상상의 시간이었습니다.
@강부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김언 시인과 문학주간 인공지능 특집 무대를 함께 준비하며 나눈 대화와 프롬프트 메이킹 과정에서 받은 영감으로 썼습니다. 인공지능을 상정하고 쓴 글은 아니었지만 김언 시인이 이전의 책에서 나없는 세상에서 글쓰기가 가능한가, 좀비처럼 글을 쓰는 이를 본적이 없다 라는 말을 하였는데, 저는 인공지능과 작업하며 이것이 바로 그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앞으로 생각할 꺼리가 생길때 마다 글를 싸보려 하는데, 전에는 브런치에 글을 모아두었던 터라 이곳 인터페이스도 살펴 볼겸 들려봤어요. 아. 강선생님이 얼룩소를 쓰신다고 한 것이 제가 이곳에 글을 오려본 제일 큰 계기에요 ㅎㅎ
/태그를 어떻게 거는지도 못찾겠네..
정말 흥미로운 글입니다. 이거 AI가 쓴 건 아니죠? ㅎㅎ 저는 권보연 선생님 글이 인간의 글쓰기를 AI가 대체할 것인가라는 판단과 예상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서로 어울려 이어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상상할 수있게 해줘서 더 좋군요. ‘나 없는 세상에서의 글쓰기’, ‘내가 남긴 말이 나를 대신해 말하는’ 상황까지 내다보는 일이 인간과 AI의 협력을 통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좀비에 강령하는 인간 유령이라니 이 무슨 흥미롭고 적절한 조합인가요! 정말 즐거운 상상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