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이전의 세계, 이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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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Art] 좀비와 유령의 글쓰기

권보연
권보연 · 디지털 예술 연구자, 스토리 디자이너
2023/01/06
경이와 경악 사이에 선 AI
 
https://intaier.tumblr.com/post/135455910104/thoth-mit-seinem-schreibzeug-vor-dem-sonnengott

기원전 11세기 이집트 테베 왕조기의 유물 ‘사자의 서’에는 문자를 발명한 달의 신 토트(Thoth)가 태양신(Re-Harahte) 에게 그것의 유용함을 소개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이 그림에서  특히 눈길가는 것은  토트의 손에 들린 모종의 물체다. 둥근 단추가 달린 작고 길쭉한 물건. 그것을 어찌 사용하는지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물체는 우리에게 문자 언어가 작동한다는 것, 즉 쓰기(writing)의 실행에는 반드시 도구와 기술 개입이 필요함을 새삼 상기시킨다.

텍스트 예술은 문자 발명 이후에도 다양한 기술과 기계 발달로 부터 영향을 받으며 변신을 거듭했다.  동물 털로 만든 붓과 먹부터 깃털과 금속으로 만든 펜과 잉크, 인류에게 쓰기 혁명을 가져온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타자기기, 축음기 같은 자동 기억 장치 그리고 워드프로세서를 지나 마침내 GTP-3가 폭발시킨 AI 생성 소프트웨어 까지. 이토록 다종다양한 기계와 도구는 기술적 혹은 미학적 특징에 따라 문자 언어와 텍스트 예술의 표층과 심층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때 여러 도구와 쓰기가 주고받은 것들 만큼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그것은 쓰기를 인간의 주체적 창조 행위 중 하나로 보고, 그 역할 강화를 위해 각종 인공 장치를 발명한 인류가 막상 혁신적인 쓰기기계가 출현 때마다 드러낸 혼란한 감정과 연결된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글쓰기의 본질이 낯선 기계장치에 의해 변화될 것임을 지각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은 경이와 경악을 동시에 일으키는 자극원이 되었다.  타자기, 전화기, 녹음기 등 기계 발명품이 쏟아져 나온 20세기 초기에 활약한 작가 카프카는 “축음기가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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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Experience Designer 서사경험, 놀이경험 집중해 연구하고, 창작합니다. Cybertext Designer, AI Artist, Startup Coach로도 활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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