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12/07
전 최근에 콜센터 상담원 여러 명에게 분노를 터트렸어요. 

고객  서비스센터 전화상담원 1과 통화를 할 땐 화내지 않았지만 업체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자 상담원 2, 상담원 3, 상담원 4... 분노는 점점 커졌습니다. 잘못은 회사가 했는데 손해는 소비자인 내가 보고 소비자의 분노는 콜센터 상담원들이 받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어요. 회사가 최전선에 세운 총알받이들에게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아서 더 화가 나고 슬펐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관리자와 통화를 했습니다. 다른 상담원들과 연락하지 않고 매니저 이상의 관리자와 문제를 상담하겠다고요. 잘못은 회사가 했는데 상담원들이 욕받이가 되는 것이 불편해서 더는 일반 상담원들과 통화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거르고 걸러진 소비자들만 상대하는 관리자급은 달랐어요. 여유가 있었고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콜센터의 벽을 깨고 나온 소비자들만이 그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고객 응대용 전화번호 따윈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해보였습니다. 콜센터 상담원들이 상급자들의 신경안정제였어요.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나는 어디까지 극악해질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고작 몇십만원으로 분노를 쏟아내는데 만약 그게 수백만원이거나 수천만원이라면 상담원의 인격에 대해 고민하기는커녕 욕을 내뱉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어요. 상담원의 잘못이 아닌데 상담원을 통해서만 고객 응대를 하는 기업의 방식은 정당한가. 나는 왜 이들에게 가장 먼저 분노를 쏟아내야 하는가. 기업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마저 분업화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대량 판매와 분업화 그리고 외주와 하청의 일반화는 일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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