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2/11/14

그가 부끄럽게 내민 편지 봉투 위에  쓰인 이름이 나란 걸 몰랐어요 이름이 한순간 아득히 멀게 만 느껴졌어요 그의 단아한 겉 면에 쓰여진 글씨체가 맘에 들었어요
"지금 읽어봐도 되나요?"
"아뇨, 아뇨 절대로 안돼요 가방엔 넣어두었다 시간 날 때 읽어봐요"
그의 손이 황급히 손을 휘감아 에코백 속으로 같이 들어가 버렸어요
그가 놀라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너무 놀랐어요 미안해요..."
"손잡은 게 미안한 거예요 아님..."
그와 헤어지고 나자

젖은 머리의 시간

그의 손으로 머리를 감았다.
그는 병아리 감별사처럼 부드러운 손을 가지고있었고
나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은
고스란히 그의 손에 만져 지고 있었다.

헬멧을 쓰고 도망가고 싶었으나

나의 뇌는
나를 가로막았고
그의 손은
젖은 채 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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