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 사회심리학 이론을 덕질하고 있습니다.
2023/07/09
여러분은 어떤 심리학 실험의 참가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여러분이 보는 앞에서 실험자가 유리컵 하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더니, 유리컵에다 그 강아지의 소변을 받습니다. 노르스름한 그 액체가 유리컵에 담긴 모습을 여러분에게 보여준 뒤, 실험자는 유리컵에 담긴 강아지 소변을 버리고, 그것을 수세미와 세제로 빡빡 문질러 닦습니다. 두 번째로, 다시 세 번째로, 실험자는 누가 봐도 좀 과하다 싶을 정도까지 철두철미하게 유리컵을 닦아냅니다. 말갛게 헹구어진 그 컵을 형광등 아래 몇 번씩 비춰보기도 하고, 마른 헝겊으로 유리컵 바닥 가장자리까지 꼼꼼하게 훔쳐낸 후, 실험자는 그 컵에다 사과 주스를 담습니다. 유리컵에 담긴 노르스름한 액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구자가 질문합니다.

"한 잔 드시겠어요?"

이런 실험은 대략 90년대 무렵부터 심리적 역겨움(disgust)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에 의해 줄기차게 수행되어 왔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연구 참여자들은 (실험자가 아무리 애써서 컵을 닦았든 간에 상관없이) 그 컵에 담긴 사과 주스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참여자들에 따르면, 머리로는 비록 그 컵이 다시 깨끗해졌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감정적인 이유로 그 컵에 담긴 것을 차마 마실 수 없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잔여 오염물' 의 느낌은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서 개인에게 점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실험을 유치원생들에게 했을 경우, 이들은 어른들보다 선선히 컵을 건네받아서 주스를 마시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상의 연구는 인간의 생리적 역겨움이 사회적으로 점점 민감해지도록 학습되는 것이며 객관적인 깨끗함보다는 심리적인 깨끗함의 인식이 더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은 역겨움의 느낌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과 위생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진보냐 보수냐 같은 사회적 태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요엘 인바(Y.Inbar)나 데이비드 피사로(D.A.Pizarro)에 따르면, 매사 역겨움을 더 민감하게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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