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아니면 사형' 백 년 전 천황에 폭탄 던진 그의 말 - <살신성인의 길을 간 의열투쟁가, 김지섭>
[20240105] 김용달, <살신성인의 길을 간 의열투쟁가, 김지섭>, 역사공간, 2017.
지난 5일은 김지섭 의사가 천황이 사는 궁성을 향해 폭탄을 투척한 지 꼭 100년째 되는 날이었다. 100년이라는 숫자에 관련해서 뭐라도 하나 읽어야 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김지섭 의사에 대한 책은 두 권밖에 없었다.
현재 17일까지는 병원 밖을 못 나가는 신세인데 다행히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기획하고 김 의사에 대한 논문을 낸 김용달 교수가 쓴 <살신성인의 길을 간 의열투쟁가, 김지섭>이 전자책으로 나와 있어서 곧바로 구매해 읽을 수 있었다.
먼저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1924년 1월 5일 궁성으로 돌아가 보자. 41세의 김지섭은 저녁 7시경 대추형 폭탄 3개를 양복 주머니에 든 채 궁성 정문 앞으로 다가갔다. 일경의 불심검문에 폭탄을 투척했으나 세 개 모두 폭발하지 않았다. 이후 김지섭은 일경과의 격투 끝에 붙잡혔다.
당시 일본 <시사신보>는 폭탄이 불발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처음 일경의 불심검문 당시 던진 폭탄은 오래 지하에 보존해 두었기에 습기로 인한 불발이었고 이후 연달아 투척한 두 발은 첫 폭탄의 불발로 급박한 나머지 안전핀을 뽑지 못하고 던졌기에 불발이었다. 김지섭은 옥중에서 이를 두고 "뜻 있어도 무능하니 단지 죽을 뿐"이라며 "원컨대 훗날 도쿄로 건너오는 의사들이여 내가 한 일을 거울삼아 그대는 공을 이루라"는 시를 남기며 자책한다.
한편 김지섭이 처음 폭탄을 투척하기로 목표한 바는 천황의 궁성이 아니었다. 김지섭 스스로의 진술이 담겨져 있는 「예심종결결정」에 따르면 김지섭은 본디 일본 제국의회를 목표로 삼았으나 의회가 휴회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제서야 도쿄 지도를 사들고 궁성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김지섭의 본래 목표 대상은 제국의회와 거기에 참석한 정부 요인들이었으나 휴회 소식에 천황으로 급변한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우연에 따라 변경된 대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김지섭의 투척은 한국독립운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