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과 '주호민 사건': 간편한 서사와 지옥의 반복재생

b.onest_
b.onest_ · 시소 타는 대학생
2023/09/02
0.
시작하기에 앞서, 제 글은 안 읽으시더라도 참고문헌인 이 두 책은 꼭 일독해보시길 권합니다. 
   
박정수, 『장판에서 푸코 읽기』 (오월의봄, 2020)
백승욱,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북콤마, 2022)
   
   
1.
웹툰작가 주호민은 보기 드물게 너른, 또 고른 지지를 안은 작가였다. 
   
유튜브를 함께한 '침착맨'이 '무례함', '게으름'을 콘셉트로 전략적으로 차용한 것과 달리, 한국 사회의 보편적 호감 이미지인 '덕망 있는 사람'을 콘셉트로 삼으며 침착맨과 케미스트리를 창출했다. 의도했건 안 했건, 소위 '미움'을 '밈'화하지 않은 캐릭터로서 '미움'을 '밈'화한 침착맨과 시너지를 내는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본 이미지의 화학적 구축은 다음에 따라 발생했다.
시사저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586/0000063570
   
1) 사람들은 <신과함께>의 성공에 힘입어 그를 K-웹툰의 개척자라고 불렀고(이 지점에서 한국 사회의 '능력주의'가 어른거린다), 2)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침착맨과 햄버거를 씹으며 나누는 스몰토크에 친근감(셀러브리티의 '인성'에 집착하는 행태는 '단상 2'에서 다루고자 한다)을 느꼈다. 3) 결정적으로, 탈모 등 치부에 대한 장난을 유머러스하게 받으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인배' - '대인'이라는 표현이 잘 쓰이지 않아, '대인배'로 대체 - 가 되었다. 이 '대인배스러움'은 강도상해 사건을 선처한 것이 알려지며 정점을 찍었다. 물론 그 정점이 변곡점으로 드러났지만 말이다.
   
   
2. 
당연히 이 글은 주호민이 '선한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과도한 몰매를 맞는다며 그를 옹호하고자 함이 아니다. 재판 중이므로 사실관계를 알 수 없으나, 해당 특수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탄원과 표리부동한 주호민의 대처(선처 약속 후 처벌 요구)를 고려해볼 때 비판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다만, 첫머리에 달아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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