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Why Women Kill> : 여성의 살인에 얽힌 성장과 극복

2023/06/27

세 여자가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다. 여기서 주체는 여성. 도덕적 판단을 떠나서 살인이라는 행위를 하게 되기까지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변화를 겪으며 어떻게 성장하는지 아주 두드러진다. 그래서 우선 '살인'이라는 행위를 둘러싼 윤리적 판단은 배제하고, 살인으로 귀결되기까지 그들이 걸어온 인생을 들여다본다.


베스 앤 Beth Ann Stanton


완벽한 아내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함께 살며 온갖 집안일을 야무지게 해낸다. 그리고 완벽한 아내로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주문을 외웠던 여자다. 여성의 고정적 역할에 갇힌 전형적 인물로,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된 후에도 사실을 부정하는가 하면, 자신이 더 완벽하게 집안일을 하거나 더 예쁘게 꾸미면 남편이 다시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동시에 베스앤은 적극적인 여성이었다. 물론 쉐일라라는 조력자가 있었지만. 베스 앤은 남편의 바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그 상대를 직접 만났다. 그리고 한국드라마에서는 무조건 악역으로 등장할 여자, 에이프릴과 친구가 되고, 진심을 준다. 쉐일라는 미쳤다고 비난하지만 베스 앤은 굴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그의 주체적인 결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베스 앤은 에이프릴의 따뜻한 인간성에 본인의 분노를 잠시 접어두고 그를 안타깝게 여길 줄 알았다. 그리고 꿈을 좇는 에이프릴을 지켜보고 응원하며 본인의 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넌 못 할거다'라며 자존감을 깎아내렸던 남편의 말을 극복하고 실컷 피아노를 친다. 음미하며 치고 싶은대로 친다. 자신의 부족함만을 탓했던 그는 서서히 자기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그는 한발짝 내딛을 수 있었다. 

그는 딸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살았다. 그 책임은 남편의 외도에 있었지만 남편은 베스 앤을 탓했고, 그는 자책하며 살아왔다. 그는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짙게 미소 짓지만, 그 미소에는 누구보다도 깊고 뜨거운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철저히 살인을 다짐했다. 딸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는 고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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