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일기] 기다려, 도착
2023/06/23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언젠가 한 번은 이런 땀 냄새를 낭만적으로 만나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정신 차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니, 갈색 곱슬머리 아저씨 한 분이 어디선가 나타나 호흡마다 땀방울을 사방팔방 소리 나게 튀기며 순식간에 나를 앞질러 뛰어가버렸다. 내 앞으로 자꾸 더 먼 길을 내는 저 수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뒤쫓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으나, 나 혼자만 전진과 후진을 동시에 하고 있는 듯한 어지러운 이 기분. 잠시 누군가의 앞에서 내 등짝을 뽐내며 뛰다가 아득히 먼 곳에서 땀 냄새로 끼쳐오는 사람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후로 내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티셔츠 벽 뒤에서 인간의 등짝이 땀으로 그린 무늬를 구경하게 되는 나의 속도. 점묘법, 추상화, 별자리, 누수. 그렇지만 이 모든 잡념에도 불구하고 출발과 동시에 들었던 오늘 나의 기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