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단편소설] 넷크로맨서(1)

Guybrush
Guybrush 인증된 계정 · 웹소설 씁니다.
2023/04/17
(출처: unsplash)

1.

폐허나 다름없는 도시에는 누런 스모그가 짙게 깔려 있었다. 반듯한 도로 양옆으로 10층 안팎의 빌딩이 늘어서 있었다.

건물에는 성한 유리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이 켜진 곳도 거의 없었다. 건물마다 폐차와 폐타이어, 기타 온갖 잡동사니로 가슴 높이 정도의 엄폐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엄폐물 안쪽에는 드럼통에 불을 피워 놓고 사람들이 모여 잡담을 나눴다.

드레이크는 속도를 낮추고 차를 몰았다. 스모그로 모든 것이 뿌옇지만 사고가 날 위험은 그리 높지 않았다. 범퍼에는 추가로 달아놓은 안개등이 반짝이고, 차 밑바닥에는 새파란 네온 빛깔 언더글로우 때문에 자동차는 마치 물 위를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도로에는 다른 자동차도 없었다. 어떤 멍청이가 이렇게 잔뜩 불을 밝힌 드레이크의 차에 치인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그놈 탓이다.

폐타이어 뒤에서 경계를 서는 사람들도 드레이크의 SUV를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드레이크는 무심한 얼굴로, 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는 않고 천천히 도로를 달려 어느 건물 앞에 도착했다. 예전에 어느 잘 나가는 게임 회사가 사옥으로 쓰던 건물이라고 했던가.

드레이크가 차를 멈추자 폐타이어와 모래주머니 뒤에 있던 사람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허름한 옷차림에 수영 안경이나, 지저분한 하키 마스크 같은 걸 쓰고 있었다. 총을 하나씩 들고 허리에도 단검을 최소 하나씩은 꼭 차고 있었다.

툭! 툭!

드레이크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총부리로 자동차 유리를 건드렸다. 드레이크라는 걸 확인한 남자가 마스크를 벗더니 씩 웃었다. 남자는 고작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벌써 이가 썩어서 반은 없었다. 그가 갑자기 창문 안으로 상체를 쑥 들이밀더니 차 안을 살펴봤다.

“뭐 좋은 것 좀 가져왔어? 킁킁! 피 냄새가 나는 거 보니까 한바탕 크게 치렀나 본데?”
“니 껀 없으니까 빨리 꺼져.”

드레이크가 어느새 권총을 꺼내 남자의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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