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volution ] 노화를 보는 눈 (2) -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데 과학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2023/02/07
< The evolution of senescence >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데 과학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베시 싱글트리의 예를 생각해보자. 베시는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졸지에 여섯 살이 되어 학교에 갔다. 아홉 살까지 트롤리 전차를 타고 다니면서 그녀의 나이는 줄곧 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11세가 되었을 때 12세였고, 영화와 철도 혜택을 받기 위해 15세가 될 때까지 계속 12세였다... 스물 일곱 번째 생일에 싱글트리는 24세가 되었다... 40세 때에는 39세라고 했고, 50세 가까이 될 때까지 그 나이 그대로였다. 50세에는 40세라고 했다. 60세가 되었을 때는 55세... 일흔 번째 생일에는 모두들 싱글트리 할머니가 80대치고는 너무나 기운차 보인다고 말했다. 75세가 되자 그녀가 살던 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93세의 여성으로 신문에 사진이 실렸다. 10년 후 그녀는 105세라는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다. (Norman Ingersoll, 1936 - "인간은 왜 늙는가(Why we age)" p.45에서 재인용)
김영빈 님께서 인용하신 논문에 72세 이상은 제외했다 말씀해 주셨는데, 백 년 이상 전의 인구 집단에서 72세 이상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매우 소수였을 것입니다. 제가 전형적인 나이 왜곡의 사례로 노인을 들었고 이들이 특히 왜곡의 큰 요인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빼도 문제가 크게 줄어든다고 보기는 불확실하다는 얘깁니다.
사실 저는 아래 그래프를 보면서 몇 가지 궁금증이 더해졌습니다.
- 북서 유럽 사람들은 1750년이 되면서 나이를 '정확히' 말하는 비율이 중국을 따라잡았습니다. 이 때는 동아시아 사람들이 서양에는 거의 없던 시절입니다. 그러면 그 이후에 동양인이 수학으로 탁월하다는 고정 관념을 형성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가령 미국을 보면, 동양인을 대규모로 접한 첫 사례는 아마 쿨리(苦力)였을 것입니다. 이들을 보고 수학 고정 관념이 생겼을 리는 없겠죠 (...)
- 이 수백 년 정도는 인간 집단 사이의 차이를 내기에는 너무 짧다고 간주됩니다. 물론 제 앞 포스팅에서 12지의 기원을 보면, 길게 잡아 1500년 정도로 볼 수는 있겠지만 짧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아마 동양계 국가들의 '현재의' IQ 수치 평균이 전세계의 인구 집단 중 가장 높게 나오는 편이라는 것을 떠올리는 분도 있으실 것입니다. [저는 이 의미가 뭔지, 표준편차가 집단 간 차이보다 크니 전체적으로 의미 없다는 등의 논쟁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쨌건, 현재의 측정치 평균을 비교하면 그렇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수리 능력의 차이가 현재와 마찬가지로 수백 년 전에도 있었다거나, 대중화한 12지 개념이 거기 기여했다고 보거나, 이 차이가 현재의 수학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해당 논문이 그 이외에 다른 보강 논지를 제시했는지 궁금합니다.
漁夫
< postscript >
이런 자기 보고(self-report)의 문제는 나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에서 키를 측정하지 않고 직접 물어서 조사한 결과라고 합니다.
특정 구간에서 delta-function이 나타나는데, 여성 남성 공히 마찬가집니다 ㅋㅋㅋ 직접 측정 결과 키가 대체로 정규분포임을 고려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야 뭐...
漁夫란 nick을 오래 써 온 듣보잡입니다. 직업은 공돌이지만, 인터넷에 적는 글은 직업 얘기가 거의 없고, 그러기도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