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 오래오래 다정함을 말하고 싶은 작가
2023/12/07

  아직 열차 시간까지 1시간 30분가량이 남았다. 나는 동탄행 SRT를 기다리며 동대구역 1층 창가에 앉아 자몽에이드를 먹다가, 글을 쓰다가, 창밖을 본다. 노란 캐리어를 끄는 청년 뒤로, 바퀴 달린 백팩을 멘 중년의 아저씨가 지나간다. 선물 상자를 들고 종종 거리는 여성, 빨강 백팩에 분홍 바지를 입고 핸드폰을 보는 사람, 캐리어에 탄 아이와 이를 웃으며 끌고 가는 아빠....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고 간다. 역은 그런 곳이다. 모두가 어디론가 떠나가는 곳. <러브 액추얼리>의 그 유명한 장면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만나고 떠나고 도착하고 향하고, 통통 튀어 오른다. 
  그러나 막차가 떠나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텅 빌 것이다.

 
(C. pixabay)


   언젠가 새벽 2시에 인천 공항에 내린 적이 있다. 첫 리무진을 타려면 3시간 남짓이 남아 있었다. 기다리기로 했다. 두 달 동안 거지꼴로 유럽 여행을 다니며, 흔하게 했던 일이었다. 내가 타고 온 비행기가 그날의 마지막 비행기였던 모양이다. 더 이상의 밤 비행기는 없었다. 나와 같이 내린 사람들은 썰물 빠지듯 공항을 빠져나가버렸다. 넓디넓...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지식채널 e> <시네마 천국>등의 방송을 만들었고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터뷰 글쓰기 잘하는 법>이란 책을 썼습니다. 가만히 오롯이 잘 듣고 제대로 쓰고 싶은 작가입니다.
1
팔로워 0
팔로잉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