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덕후가 된다

조영주
조영주 인증된 계정 · 소설을 씁니다.
2024/01/22


2019년 출간한 성덕 에세이. 은행나무 라이킷 시리즈 1호. / 예스24

2013년, 정유정 작가에 입덕해서 2016년 그가 탄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성덕 인증을 받았다. 정유정 작가가 “내 팬이 상을 탔어!”라며 직접 시상식에 와서 축하해준 게 내겐 상금 오천만원보다 더 행복한 보상이었다. 그런 정유정작가가 건네준 선물과 카드는 언제나 키보드 바로 위에 놓여 있다. 
   
이런 사연이 매스컴 등을 통해 퍼지면서, 덕후 관련 칼럼 연재, 인터뷰, 티비 출연 등을 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한 잡지에서 덕질학원을 차렸다는 컨셉으로 FAKE 인터뷰도 했다. 이런 내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덕후가 될 수 있는가”이다. 나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아주 진지하게 되묻는다. “왜 덕후가 되고 싶으신가요?” 솔직히 속으로는 신구 할아버지에 빙의되어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 “니들이 덕후를 알아?”
   
덕후란 무엇인가. 덕후는 어떤 대상, 혹은 어떤 분야에 푹 빠져든 사람을 뜻한다. 일반적인 수집가와는 그 뜻이 다르다. 덕후는 어떤 것에 깊이 빠져들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것들을 자연스레 모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락쿠마 덕후는 리락쿠마를 좋아하다 보니 리락쿠마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지고, 자연스레 자연스레 리락쿠마 인형이나 기타 굿즈 등도 모으게 된달까. 그런고로 수집가 등은 굳이 분류하자면, 덕후의 하위의미에 속한다고 하겠다. 
   
덕후의 어원이 된 오타쿠가 세상에 등장한 시기는 지난 세기 말정도라고 보면 될 테다. 하지만 덕후란 뜻이 있기 전부터 이 세상엔 덕후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1065년 유럽에도 덕후의 흔적은 있었다. 
   
그런데 이 시골양반은 아무 할 일이 없이 한가한 때에는, 1년 내내 대개 그렇지만, 너무나 지칠 정도로 기사들의 무용담을 읽는데 골몰했다. 어찌나 지나치게 골몰했던지 사냥은 거의 잊다시피했고, 집안 살림살이마저 거의 돌보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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