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 <아마겟돈 타임>, 인상적인 순간들
2023/07/10
※영화 <아마겟돈 타임>에 대한 스포일링이 있습니다
어제는 공익인권센터 '함께'의 초청으로 차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들과 <아마겟돈 타임>을 봤다. 개봉 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어 적어두려 한다.
참석자들과 <아마겟돈 타임>을 봤다. 개봉 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어 적어두려 한다.
# 식탁에서의 대화
폴(뱅크스 레페타)의 가족들은 식탁을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한 번은 할머니가 나치의 만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도중에 아버지는 사레에 들려 켁켁 대고, 그걸 본 폴이 웃음을 터뜨린다. 할머니는 "어떻게 나치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웃을 수 있냐"고 말한다. 언뜻 코미디처러 보이는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에피소드다. 본능에 이끌리는 아이의 해맑음이, 그가 놓인 자리를 감도는 폭력적인 이야기와 부조화하고, 둘 간의 간극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 장면은 차별을 대해 제대로 인식하거나 저항하지 못한 채로 마냥 죠니(제일린 웹)와의 장난이 즐거워 킥킥 대는 폴의 모습과 겹쳐진다. 언제 깨질지 모를 즐거움을 지켜보며 긴장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 색의 연결
아이들이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갔던 장면들이 인상 깊다. 그들은 여러 색이 혼합된 미술품을 관람한다. 피부색을 바탕을 차별을 일삼으면서, 미술관 안의 '색'을 보며 경탄하는 아이러니. 그다음 장면에서 폴과 죠니는 알록달록한 작은 그림을 보며 논다. 나사에 가고 싶다는 죠니. 그 순간 다른 흑인 무리가 다가와 "너 같은 흑인은 그런데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죠니의 좌절감이 지하철을 가득 채운다. 다시 집에 돌아온 폴...
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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