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카드와 부여되는 의미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5/15
유튜브로 타로 점을 보곤 한다.
시작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타로 카드를 조금이나마 갖고 놀아본 사람으로서, 사람을 마주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점을 쳐준다는 게 언어도단으로 느껴진 탓에 ‘그게 말이 돼?’하고 어디 한번 얼마나 잘 보나 찾아본 것이다.

처음에는 일단 헛웃음이 나왔다. 신비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배치한 소품과 엄선한 어휘들…… 타로 점을 봐주던 고등학교 축제 생각이 났다. 나도 저런 식으로 나름대로 분위기에 신경을 썼지.  어휴, 민망해라. 공감성 수치에 가까운 감정이 밀려왔다.

그러나 잠시후, 나는 다른 영상도 열심히 뒤져가며 점을 보고 있었다. 기절초풍할 정도로 엄청난 감동이나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200시간 해봤는데 중독성은 없었습니다’ 하듯이 끊지를 못했다. 급기야 몇몇 점술가 채널을 구독하기까지 했다. 이쯤 되고도 인정하지 않으면 큰 실례겠지. 유튜브로 점을 보는 것은 제법 흥미진진한 취미가 되고 말았다.

여기서 대중을 상대로 한 유튜브 타로 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리하자. 방법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1.  점술가가 주제를 설명하고 카드를 섞어 네다섯 장을 늘어놓는다.  
2.  시청자가 그중 한 장을 선택하면 점술가는 해당 카드에 무작위로 식별 번호 따위를 부여한다.  
3.   시청자는 자기가 선택한 번호를 설명하는 시간대를 클릭하여 점괘를 듣는다. 점술가는 각 시간대별로 시청자가 선택한 카드에 카드 몇 장을 추가해서, 혹은 임의대로 새 카드들을 뽑아 점괘를 해설한다.  

이런 식이다. 시간대를 링크로 따로 뽑아놓는 기능을 이용해서 선택지를 구현한, 선택지가 다섯 딸린 인터랙티브 영상인 셈이다.

나는 처음에 신문지 띠별 운세도 최소 12종에 나이대별로 해설이 다른데, 모든 시청자의 점괘를 딱 다섯으로 나누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혈액형 운세보다 좀 나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시청해보니 내가 능동적으로 고른 카드가 점괘를 좌우하는 구조라 정말 실감나는 운명을 엿본 느낌이 든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135
팔로워 23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