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 자본주의를 대하는 다른 방법 (1)

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위기를 앞두고 혼자되지 않는 나라
2023/12/28
이랜드 창업주 박성수 회장은 젊을 때부터 성실하게 교회를 다니며 헌금을 냈지만 노동착취로 악명 높다. 2016년 12월, 이랜드는 직영매장 직원 4만 명에게 임금 83억 원을 지급하지 않아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조사받았다. 올해 12월에는 직원들을 교회 송년 행사에 무상으로 동원해서 또 조사받았다. 20년 전에도 임금체불과 노조탄압 탓에 곤욕을 치렀지만, 여태 나아진 게 없다. 그런 이랜드는 꽤 오랫동안 기독교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자랑해 왔다. 대체 박성수 회장에게 기독교란 무엇일까.

박성수 회장만 그런 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독교인이 사회적 약자와 사회문제에 냉담하다. 특히 보수적인 기독교인은 갈 곳 없는 노인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도 정부의 사회보장정책에는 거부감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예로부터 기독교인은 개인의 자선활동과 봉사정신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인이 꼭 기부를 호소하는 데에서 멈출 이유는 없다. 가톨릭이든 프로테스탄트든, 산업혁명 이래로 서구 기독교 교회들은 정부 역할도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복지국가 독일을 만든 숨은 주역, 가톨릭 교회

독일은 복지국가들의 대선배다. 우리나라가 군인들에게 모래 섞인 쌀을 지급했다가 곤욕을 치른 1880년대에, 독일은 가장 먼저 노동자를 위한 의료보험과 산재보험을 도입했다. 당시 독일에서 사회보험 도입을 주도한 사람이 비스마르크 총리였기 때문에, 이 때 도입된 사회보험과 닮은 복지제도를 묶어서 '비스마르크식 복지체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1977년이 되어서야 대기업 종사자를 위한 비스마르크식 의료보험을 도입했다. 독일은 우리보다 90년 정도 앞선 셈이다.

독일은 비스마르크가 도입한 사회보험을 확대하면서 모범적인 복지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비스마르크는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죽었다. 다시 말해, 두 차례 세계대전이 모든 것을 파괴한 뒤에도 독일이 복지국가로 남을 수 있던 것은 폐허가 된 독일을 다시 일으키려 한 사람들의 공로였다. 전쟁 전에 도입된 제도를 그대로 가져 올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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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를 연구하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분별 없는 개인화와 각자도생 정신에 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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