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어? 노인의 '인생 한방'
2024/04/03
"조금만 기다리 봐라. 배 들어온다 안 카나!"
아버지들은 왜 그렇게 배 타령을 했을까? 배만 들어오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다. 꼬맹이 때 처음 들어본 말. 배는 30년이 넘게 코빼기도 안 보인다. 아부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에유? 어릴 땐 배가 지구 반대편에서 오느라 늦는 줄 알았다.
친구도 아버지에게 들었단다. 배 들어온다고. 야 너두? 야 나두! 시간이 지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 아버지와 친구 아버지의 배가 충돌해 바다 한가운데 가라앉은 게 아닐까 하고. 인생 한방을 노리던 아버지. 지금도 망부석 여인처럼 오지 않는 배를 기다린다. 아부지, 그 배 이미 난파된 거 아니에유. 배를 만드는 게 빠르겠슈.
"내 큰 물고기는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꾀죄죄하기 그지없는 한 늙은이. 인생 한방을 노린다. 그는 84일간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했다. 그런 노인을 한없이 해맑은 소년이 좋아한다. 노인은 하루 중 유일한 식사로 소년이 가져다준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리고 다시 85일째 마주하는 바다로 나아간다.
"노인은 멀리 나갈 예정이었기에 대지의 향기를 뒤로 남겨 두고 깨끗한 이른 아침 대양의 향기를 향해 노를 저어 갔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정서 옮김, 새움, 31쪽
14년간 쿠팡과 이랜드에서 온∙오프라인 MD로 일하며 TOP 매출을 찍어본 영업통. 동시에 3권의 책을 쓴 출간 작가. 현재는 '물건 잘 파는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