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잔디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22
◆ 시 ◆
   
   
물잔디
   
   
박선욱
   
   
며칠 전
미술부 심형이 사다 놓은 물잔디
편집실 창틀에 소롯이 앉아
남몰래 눈을 뜨고 있었네
낮이면
다툼 많은 세상사에 귀를 다쳐도
밤이면 별 한 개씩 따먹으며
호올로
머루알 눈동자 빛내고 있었네
비가 오고 바람 불어와
전깃줄에 휘파람 소리 매달릴 때
우리 모두
교정지에 붉은 줄 그으며
서로를 잊고 살아도 물잔디
가슴속 피멍 지우고 지웠네
어느 하루 비 개인 날
창문 열자 일제히 치켜드는 손
실바람 휘감으렴 온 몸으로 산들
모판에 가득 찬 투명한 음률
밤새 자라난 머리칼 쓸어 넘기며
햇살 아래 웃음짓는
잔디 잔디 물잔디
   
(《스포츠서울》, 1989.12.6)
   
   
   
◆ 시작 메모 ◆
겨울이다. 낙엽이 지고 온 산이 붉고 노란, 형형색색의 색깔로 타오르던 단풍이 지고 문득 계면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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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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