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시청료거부운동-신군부에 도전한 국민 저항운동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4/26
KBS시청료거부운동-신군부에 도전한 국민 저항운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원고)
   
   
글 박선욱
   
   
1. 전북 완주에서 처음 시작된 KBS시청료거부운동
   
“KBS 시청료는 여당인 민정당과 정부만 내라!”
1984년 4월 28일, 전북 완주에서 KBS시청료거부운동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한국가톨릭농민회 전주교구연합회 완주협의회와 천주교 전주교구 고산 천주교회가 공동으로 연대하여 시청료거부운동의 물꼬를 텄다. 이는 광주학살 이후 공포정치로 일관해온 신군부에 대한 최초의 국민저항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에 불을 댕기는 불쏘시개가 되었다.
언로(言路)가 막히면 모든 것이 암흑으로 뒤덮인다. 1980년대가 그랬다.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신군부는 그해 11월 언론기관 통폐합을 단행했다. 이때 한꺼번에 해직된 기자가 무려 1천3백여 명에 달했다. 이것이 바로 ‘1980년 언론 대학살’이다. 신군부는 12월에는 언론기본법을 제정하여 언론 통제의 수단을 확보했다. 모든 언론에 ‘보도지침’을 내려 재갈을 물리는 것이 그 수단이었다.
5공 군사독재정권은 언론 통제에 이어 대중가요 통제를 실시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의 노래〉 같은 운동권 노래는 당연히 금지곡이었다. 부르다가 잡히면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들은 〈아침이슬〉 〈고래사냥〉 같은 대중가요조차 묶어놓았다. 국민들은 심장 없는 허수아비가 되어 갔다. 방송에서는 매일같이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아아 우리 대한민국……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라는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참으로 암울한 시절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모든 뉴스의 첫머리를 전두환의 얼굴로 장식했다. 저녁 9시를 알리는 시보가 ‘땡’ 하고 울리면 앵커가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로 시작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사람들은 이 지긋지긋한 뉴스를 ‘땡전뉴스’라 부르며 조롱했다. 그는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처럼 잔인하고 사악한 존재였다. 시민들은 학살의 충격과 반민주적인 일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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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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