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과영화들 ㅣ 김민희는 한국적이다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14
 
아가씨 포스터

                                                                         
 피천득의 수필 << 인연 >> 을 흉내 내자면 박찬욱과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1958 >> 이라는 영화는 앞좌석에 앉은 관객 머리가 커서 영화 보는 내내 방해가 되었는데,  알고 봤더니 박찬욱 감독이더라. 그와는 세 번 모두 낙원동 아트 시네마에서 만났다. 첫 번째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 거미의 성, 1957 >> 상영관에서, 두 번째는 스즈키 세이준의 << 관동무숙, 1963 >> 상영관에서 그와 우연히 마주쳤다.
공교롭게도 세 번 모두 일본 영화 특별전'에서 만난 꼴이다. 영화 << 아가씨 >> 에서 낭독회의 무대가 되는 장면 중에  미닫이문이 열리면 늦은 밤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이 인서트(insert) 효과처럼 와닿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 관동무숙 >> 에서 아이디어를 구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관동무숙에도 그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적산가옥(敵産家屋)과 눈이 내리는 풍경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신기하게도 그렇다. 일본 주거 문화 양식에 대한 호감은 전작 << 박쥐, 2009 >> 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배우 김해숙이 운영하는 한복집이 바로 적산가옥이다. 에밀 졸라의 원작(프랑스적-)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된 이 영화는 적산가옥(일본적-) 에 딸린 한복집(한국적-)을 운영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되는데, 그들은 이곳에서 마작(중국적-)을 하며 보드카(러시아적-)를 마시며 논다(여기에 덧대어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면 영락없이 박근혜식 범우주적 취향이 될 뻔했다).  이 정도면 박찬욱의 영화 양식은 다국적, 무국적, 탈국적 취향인 셈이다. 혼용의 미학, 더 나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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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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