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크는 책육아 4] 진짜 사랑이라면 양가감정이 디폴트다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4/01/10
1. 난임병원에 2년간 다니며, 1번의 화학적 유산도 겪고 어렵게 갖게 된 아기였다. 병원에 다닐 동안은 '아기만 생기면 진짜 잘해줄 거야.. 다른 사람들처럼 막 힘들다고 하지 않아야지. 힘들어도 다 이겨내야지. 아기만 생기면...'이런 식의 생각을 자주 했었다. 

어렵게 가진 아기기 때문에 내 나름 준비는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아기를 원하는지, 아기로 인해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도 감안할 것인지에 대해 하루 3번 배에 주사를 놓으며 지겹도록 고민했다.  

여러 임신, 출산, 육아 서적들을 읽으면서 내 나름 시뮬레이션을 했다. 안 좋은 상황도 상상해 봤다. 그래서 '임신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라거나 '이렇게 변하는 걸 왜 아무도 말 안 해줬어요?'라는 식의 이야기엔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요새 널리고 널린 게 임출육 이야기인데 왜 아무도 말을 안 해줬다는 거지? 모두가 다 아기 낳기 힘들고 아기 키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 지상파에서도 맨날 그 이야기고 육아 서적도 다 힘들다는 얘기더만. 왜 그걸 찾아보지도 않았지? 왜 자신은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생각은 지금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 저런 문구가 어느 정도 후킹문구로서 독자의 관심을 끌려는 콘텐츠의 제목임을 앎에도,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뼛속까지 T스럽게 생각했었던 나였고 힘든 걸 알고 뛰어든 필드이니 아기만 생기면 힘들어도 씩씩하게 육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인지(?) 임신 기간은 나름 견딜만했다. 아기가 건강한 덕분이었다. 나도 막달까지 건강하게 회사를 다니다 출산 예정일 3주 전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그다지 큰 이벤트가 없었던 임산부 시절. 그래서 안온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청난 행운이었던듯.
2. 문제는 출산과 육아는 '알아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준비해도, 아무리 머리로는 알아도, 아무리 힘들게 얻은 아기여도 힘겨운 순간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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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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